뉴 노멀 NEW NORMAL, 2023
개봉 2023.11.08
장르 스릴러
국가 한국
등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13분
평점 9.8
누적관객 5,287명
박스오피스 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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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오늘, 당신의 공포는 일상이 된다.
[ PRODUCTION NOTE ]
기획/시나리오
2018년 <곤지암>의 성공 이후, 정범식 감독은 호러, 서스펜스, 스릴러, SF 등 서브컬처 장르 콘텐츠를 제작하는 제작사 ‘언파스튜디오’를 창립했다. 회사명과 장르가 합쳐져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 아래, ‘언파 서스펜스 컬렉션’과 ‘언파 호러 컬렉션’을 기획하면서 아이디어 기획팀과 함께 스토리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준비하던 작품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됐고, 정범식 감독은 ‘코로나 시대를 돌파해 나갈 수 있는 이야기’와 ‘그에 걸맞은 규모를 갖춘 작품’을 새 목표로 정하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실제 사건을 비롯해 소설, 영화, 웹툰, 다큐멘터리 등 서스펜스 장르의 소재가 될 수 있을 만한 소스들을 모으던 정범식 감독과 제작사 팀원들은 이를 바탕으로 <뉴 노멀>의 스토리를 구상하던 중,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궁금증이 생겼다. 홀로 밥을 먹는 것이 당연한 시대, 청년들이 외롭게 죽어가는 시대, 누군가에게는 절망이 일상이 된 시대. 그 중심에는 ‘고립’이라는 키워드가 있었다. 정범식 감독은 ‘고립’에 초점을 맞춰 서스펜스 장르 영화의 얼개를 짜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스펜스 영화라고 해서 현실감을 잃을 수는 없었다. 배경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대한민국 한복판이어야 했고, 장르 안에 갇히지 않는 캐릭터의 입체성을 부여하는 것 역시 중요했다. 그중에서도 정범식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역시 ‘재미’였다. 관객들이 무조건 재미있게 볼 만한 이야기여야 한다는 사명 아래, 코로나 시대를 돌파하겠다는 의지, 영화감독이자 작가로서 이 시대를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장르 영화에 대한 헌사가 합쳐져 <뉴 노멀>이 탄생하게 되었다.
캐스팅/캐릭터
정범식 감독은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하는 인물인 ‘현정’의 캐스팅을 무척 고심했다. 외향적으로도 그리던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미지 자체가 강한 인물이기보다는 170cm가 넘는 큰 키와 우아한 외모, 침착하면서도 공허한 눈빛을 지닌 인물이길 바랐다. 그러던 중 배우 최지우가 떠올랐다. 최지우 배우가 지금껏 보여준 탄탄한 연기력은 물론이고, 배우 자체가 지닌 고아한 이미지, 그녀가 서스펜스 장르에서 비슷한 캐릭터를 맡았던 적이 없다는 것 역시 정범식 감독이 찾던 ‘현정’과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보냈던 시나리오에 대한 배우의 첫 반응은 ‘정범식 감독이 정말로 자신을 ‘현정’ 역할에 원하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이었다. 정범식 감독은 자신이 그리고 있던 ‘현정’에 대한 확고한 이미지와, 배우 최지우를 통해 그려질 ‘현정’을 향한 확신을 강하게 어필했다. 그리고 얼마 후, 배우 최지우로부터 작품에 참여하겠다는 긍정적인 회신이 돌아왔다. 그 뒤 이뤄진 배우와의 첫 미팅 자리에서 정범식 감독은 ‘현정’ 이야기의 모티프로 삼은 프리츠 랑 감독의 1931년 작품인 <M>과 주인공 피터 로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배우 최지우는 정범식 감독에 대한 신뢰를 내비쳤다. 정범식 감독은 그 미팅을 회상하며 “침착함과 여유로움, 그 사이사이 선량한 낯가림을 보이며 대화를 이어가는 최지우 배우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현정’ 역에는 최지우 배우밖에 없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또한, “온화하면서도 은근하게 현장을 압도하는 힘이 느껴지는 배우였다. 최지우 배우는 현장에서 임팩트 있는 어려운 장면들까지 상상 이상으로 훌륭히 표현해 주었다. 작업을 하는 동안, 극장 안에서 최지우 배우의 놀라운 연기를 처음 목격하는 관객분들이 지을 표정을 생각하며 나는 감독으로서 행복한 상상에 빠지곤 했다”라며 배우 최지우가 보여준 탁월한 연기 변신에 대한 높은 만족감과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현수’ 역을 맡은 이유미 배우와의 만남은 그녀가 [오징어 게임]을 통해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하기 전에 이뤄졌다. 평소 이유미 배우가 펼치는 사실적인 연기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던 정범식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현수’ 역에 배우 이유미를 염두에 뒀다. 장르 영화 안에서 더 큰 효과를 거두기 위해 배우에게 필연적으로 과장된 연기를 요구해야 할 때도 있지만, 그런 와중에도 캐릭터의 내적 이유는 가장 사실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정범식 감독은 <뉴 노멀>의 모든 캐릭터를 현실에 발붙인 인물들로 그리려 했지만, 그중에서도 ‘현수’의 캐릭터가 지닌 사실성을 가장 중시했다. “강한 연기는 일종의 테크닉이기 때문에 경험이 쌓이면 어느 정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눈앞의 카메라와 스태프들을 지워버리고, 그 순간을 진실되게 사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그런데 이유미 배우는 그걸 해낸다”고 말한 정범식 감독의 믿음과 기대에 부응하듯, 시나리오를 건넨 지 얼마 되지 않아 배우 이유미 측에서 함께 하고 싶다는 답변을 보냈다.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는 장난기 넘치는 표정으로 늘 밝고 건강한 에너지를 뽐내던 배우 이유미는 카메라가 돌면 완벽하게 달라졌다. 정범식 감독은 배우 이유미와 함께했던 현장을 돌이키며 “이유미 배우는 상황에 더도 덜도 않게 딱 맞는 미소를 짓고, 진짜로 괴로워하고, 먼저 말하지 않았는데도 정확한 타이밍에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 모든 게 진짜였다. 정말 신기한 배우다”라는 찬사를 보냈다. 정범식 감독이 현장에서 만났던 사람은 배우 이유미가 아니라 평범한 20대 취업 준비생 ‘현수’ 그 자체였다.
<뉴 노멀>에서 가장 로맨틱하면서도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 있다면 바로 ‘훈’의 이야기일 것이다. 정범식 감독은 이름처럼 ‘훈’이라는 캐릭터는 훈훈한 이미지에 로맨틱한 느낌을 지닌 배우였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 배우 최민호에게 시나리오를 건넸고, 배우 최민호 역시 정범식 감독과 함께 해보고 싶다는 의사와 함께 빠르게 팀에 합류했다. 처음 배우 최민호를 만나자마자 그에게 매료되었다고 밝힌 정범식 감독은 “진지함과 겸손함이 묻어나는 차분한 말투와 태도, 맑은 눈빛에서 배어 나오는 특유의 서정성, 서글서글한 미소에서 느껴지는 청춘의 건강한 에너지”가 배우 최민호의 첫인상이었다고 전한다. 무엇보다도 정범식 감독을 놀라게 한 것은 배우 최민호의 시나리오 해석력과 역할을 대하는 진중하고 섬세한 태도였다. 여섯 캐릭터에게 공통으로 주어진 ‘혼밥 에필로그’ 부분에 대해 자신이 맡은 캐릭터인 ‘훈’이 밥을 먹으면서 무슨 생각을 할지 꼼꼼하게 고민을 거친 배우 최민호는 이미 정범식 감독의 연출 의도까지 모두 파악해 ‘훈’으로 변신할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첫 만남에서 배우가 감독인 나조차도 상상하지 못한 부분까지 이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라고 말한 정범식 감독은 ‘훈’의 시나리오에서 단 한 가지 부분만을 수정했다. 그가 자판기에서 고르는 캔 음료를 ‘솔의 눈’으로 바꾼 것이었다. “최민호 배우가 맡은 ‘훈’은 자극적인 단맛과 탄산이 느껴지는 콜라가 아니라, 어쩐지 진실한 느낌이 묻어나는 음료인 솔의 눈을 마신다. 그렇게 최고의 ‘훈’이 완성되었다”
캐스팅에 있어서 정범식 감독에게 가장 큰 고민을 안겼던 것은 ‘기진’이었다. 파렴치한 행동을 자신만의 순애보라고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인물인 ‘기진’은 태생 자체가 까다로운 캐릭터였다. 일부러 희화화해 코믹한 캐릭터로 그렸지만 연기가 과하면 혼자 톤이 튀는 캐릭터가 될 가능성이 높고, 연기가 능숙하다 한들 그로 인해 비호감으로 비친다면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역할에 딱 맞는 배우가 떠오르지 않던 때, 배우 표지훈을 추천 받았다. “표지훈 배우에게는 아이와 같은 천진함과 장난기 있는 모습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청년의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를 지닌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한 정범식 감독은 배우 표지훈과 직접 만난 후, 그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극단을 운영하는 등 연기에 몹시 진지한 태도로 임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렇게 ‘기진’ 역에 배우 표지훈을 낙점하면서 정범식 감독은 그에게 살을 찌우고 ‘취업 포기자’ 다운 백수 콘셉트의 의상을 입어달라는 요청을 했고, 얼마 뒤 배우 표지훈은 8kg을 증량해 완벽한 ‘기진’의 모습으로 현장에 나타났다. “표지훈 배우는 현장에서 정말 ‘릴랙스’ 했다. 주문만 하면 관객들이 포복절도할 만한 연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척척해냈고, 나조차도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다. 어떤 어려운 표정도, 몸 개그도 아주 쉽게 해냈다”며 까다로운 ‘기진’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배우 표지훈을 향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뉴 노멀>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캐릭터는 ‘연진’이다. ‘연진’은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자 구심점이 되는 캐릭터로, 스타일 역시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이다. 1990년 말 활약했던 록밴드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의 기타리스트 ‘제임스 이하’와 1980년대 팝 밴드 ‘아하(A-ha)’의 보컬 ‘모튼 하켓’의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연진’은 꿈을 포기한 채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며 세상에 더없이 냉소적이다. 정범식 감독은 ‘연진’의 시니컬함을 관객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하고, 그를 넘어 연민할 수 있을 만큼 입체적인 캐릭터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진’은 알려지지 않은 뉴페이스였으면 했고, 스타일은 독특하고 일견 세 보이더라도 눈이 맑았으면 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슬픔이 배어있길 바랐다”라고 말한 정범식 감독은 아직 장편 영화 데뷔 경력이 없지만 안정적인 연기력을 지닌 신예 하다인을 만났다. 이미지와 ‘연진’의 전사에 대한 많은 의견을 주고받으며, 배우 하다인은 ‘연진’ 캐릭터를 위해 8kg을 감량했다. 그뿐만 아니라 배우 하다인은 ‘연진’ 캐릭터 구축을 위해 직접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물론 ‘연진’이 만들었을 법한 음악을 듣고, 실제로 킥보드를 타고 다니기도 했다. 또한, 편의점 진상 손님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자료를 구해 정범식 감독에게 아이디어를 적극 제안했다. 영화 속에서 배우 이문식, 김미화가 등장하는 편의점 에피소드는 모두 배우 하다인이 직접 찾은 자료를 토대로 즉흥연기를 하며 만들어낸 것들이다. 정범식 감독은 배우 하다인이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았다고 말하며 “영화의 엔딩이자 서스펜스와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굴다리 장면’을 찍을 때, ‘연진’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눈빛, 호흡, 에너지 하나하나가 모두 훌륭해 모든 스태프가 감동하며 극찬했다. ‘연진’이 이렇게 멋진 캐릭터로 완성된 건 오롯이 하다인 배우의 진심 어린 연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하다인 배우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을 해주었다”라는 일화를 밝혔다.
<뉴 노멀>에서 어쩌면 가장 의외의 캐스팅이라고 불릴 만한 것은 ‘승진’ 역의 배우 정동원일지 모른다. 정범식 감독이 그린 ‘승진’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하고, 망설임과 결정 사이에 어설픔과 안쓰러움이 느껴지는 캐릭터였다. 시나리오를 완성한 후 ‘승진’ 역을 맡을 아역 배우들을 찾았지만, 그 나이대의 싱그러운 이미지를 지니면서도 틀에 박히지 않은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정범식 감독은 당시 ‘국민 아들’로 사랑받던 가수 정동원을 떠올렸다. “정동원의 눈빛이 좋았다. 연기를 전혀 해본 적이 없다는 것도 좋았다. 처음 만났을 때 정동원 배우를 보며 내가 생각하는 ‘승진’의 순수한 눈빛을 가진 천진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캐스팅 이유를 전했다. 이후 첫 연기 도전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을 토로하는 배우 정동원을 위해 정범식 감독이 직접 캐릭터와 정서, 표현 등에 대한 기본적인 몇 가지를 설명해 주었다. 배우 정동원은 정범식 감독이 주문하는 것들을 착실히 준비했고, 연기에 대한 진지한 열정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불타는 학구열을 보이며 질문을 쏟아냈다. 정범식 감독은 배우 정동원과의 첫 촬영과 마지막 촬영을 떠올리며 “첫 촬영, 첫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정동원 배우는 현장에 적응하는 속도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긴장과 걱정 따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현장을 즐기며 재미있게 촬영에 임했다. 소년의 천진함과 애잔함이 느껴지는 ‘승진’역의 배우 정동원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지켜보며 대견하고 뿌듯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주연을 맡은 여섯 배우 외에도, <뉴 노멀>의 곳곳에서는 익숙한 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 가스 검침원 ‘정훈’ 역의 배우 이문식은 정범식 감독이 강력히 원해 성사된 캐스팅으로, 수십 년의 연기 내공이 느껴지는 열연을 선보인다. 배우 이주실 역시 ‘승진’ 역을 맡은 배우 정동원과 세대를 넘나드는 새로운 케미를 선보이며, 영화 속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끌어가는 주요한 역할을 해낸다. 여기에 첫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선보인 배우 정예린과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혜연’ 역의 배우 황승언까지 탄탄한 조연 배우 라인업은 <뉴 노멀>의 완성도를 한층 높인다.
이처럼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캐스팅 라인업을 완성한 정범식 감독은 각 배우들에게 본인의 역할 외에 다른 캐릭터 분석을 하지 말라는 특별한 요청을 전했다고 말한다. “<뉴 노멀>의 모든 캐릭터는 외로운 인물들이다. 어딘가 채워지지 않은 구석을 하나쯤 지닌 각각의 인물들은 서로가 한 동네에서 얽히고설킨 사이라는 것을 모른 채 연결된다. 이러한 연결을 배우들이 몰라야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의도를 밝힌 정범식 감독은 그 덕분에 배우들의 리듬과 템포가 살아있으면서도 사실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연출/프로덕션
정범식 감독이 <뉴 노멀>의 시나리오를 영상화할 때 가장 골몰했던 것은 ‘현실감’이다. 캐릭터의 현실감과 사실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만큼, 영화 속 상황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사실적이되 독특함이 한 스푼 녹여진 로케이션을 찾기 위해 애썼다. 특히 공간에 생활감을 부여할 수 있도록 미술과 소품에 각별히 신경 썼고 의상, 메이크업 등 눈에 보이는 모든 부분에 리얼리티를 살리고자 애썼다. 이를 위해서는 배우, 스태프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최우선이었다.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제작자와 감독을 겸했다고 밝힌 정범식 감독은 책임감과 부담감은 두 배 이상이었다고 전한다. 그러나 물리적인 여건으로 인해 작품의 완성도를 낮추는 선택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중 절대 양보할 수 없었던 것은 ‘음악’이었다.
정범식 감독은 매 작품 음악의 수퍼바이징을 직접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미 시나리오 단계에서 음악에 대한 구상을 대부분 해놓는 편이라고 밝힌 정범식 감독은 <뉴 노멀>의 경우 구상한 음악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 어떤 음악감독과 작업해야 할지 정하지 못한 채 촬영을 들어가게 되었다고 밝혔다. “제작과 연출을 겸하며 촬영을 이어가다 보니, 촬영 중반쯤 이미 심신이 피폐해진 상태였다.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출퇴근 길에 늘 윤상 선배님의 ‘달리기’라는 곡을 반복해서 들었다. 힘들 때 그 곡을 들으면 위로를 받기 때문이다” 촬영이 막바지에 달하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달리기’를 듣던 정범식 감독에게 불현듯 윤상에게 영화음악을 의뢰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스쳤다. 곧바로 <뉴 노멀>의 영화음악을 의뢰했고, 윤상 음악감독은 정범식 감독의 데뷔작인 <기담>을 너무 좋게 봤다며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뉴 노멀>은 EDM부터 클래식에 걸쳐 K-Pop, 록 등 폭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윤상 음악감독은 장르를 넘나들며 각 인물들에게 꼭 맞는 맞춤형 음악들을 만들었고, 이 음악들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캐릭터의 감정을 고조시킨다. 특히 제7의 주인공처럼 또렷한 존재감을 뽐내는 음악들은 영화의 몰입감을 극대화하며, <뉴 노멀>만의 유니크한 색채를 더한다. 윤상 음악감독은 다양한 음악들을 만들며 활약했을 뿐만 아니라, 정범식 감독이 꼭 사용하길 희망했던 삽입곡들의 저작권을 푸는 데에도 아낌없이 협조해 주었다. 그로 인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새소년의 ‘파도’를 비롯해 브레이브 걸스의 곡을 감성적인 버전으로 편곡한 한동근의 ‘롤린(Rollin’)’, 엔딩의 쓸쓸한 여운을 배가시키는 미소의 ‘Alone’ 등 재치 있는 삽입곡들 또한 귀를 사로잡는다. 특히, 그룹 라이즈(RIIZE)의 멤버이자 윤상 음악감독의 아들인 앤톤 역시 <뉴 노멀>의 음악 작업에 함께 참여해 더욱 기대를 모은다.
그 밖에도 정범식 감독은 <뉴 노멀>에서 <M>(1931)의 피터 로어를 오마주한 ‘현정’의 거울 장면과 휘파람 장면을 비롯해, ‘현수’의 비극을 고조시키는 블루톤의 아날로그적인 화면 전환, ‘기진’의 엔딩에서 사용된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과감한 합성 등 다양한 연출적 실험을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공들인 것은 에필로그 격인 여섯 주인공의 ‘혼밥’ 장면이다. “시나리오를 완성한 후, 각 인물들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던 와중에 안쓰럽다는 감정이 들었다”라고 말한 정범식 감독은 “지금은 스마트폰을 보며 혼자서 밥을 먹는 것이 일상이지 않나. 어쩌면 이러한 변화가 현대인을 고립시키고, 그러한 고립으로 인해 여러 사회문제들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며 ‘혼밥 에필로그’를 넣게 된 이유를 밝혔다. ‘혼밥’ 장면을 구상하면서 정범식 감독이 세운 첫 번째 원칙은 ‘정성스럽게 차린 집밥 같은 느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 원칙은 ‘혼자 식사를 하며 스마트폰을 본다’였다. 현대를 살아가는 쓸쓸한 우리의 초상 같은 느낌을 반영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각 캐릭터별로 메뉴를 선정하는 것 역시 고심했다. “‘현정’은 정갈하지만 차가운 공간에 둘러싸여 사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 공간의 느낌처럼 차갑고 예민한, 조리되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을 주는 샐러드와 차가운 생수 한 잔을 선택했다. ‘현수’는 통화를 하며 친구로부터 ‘떡볶이를 사갈게’라는 말을 듣는데 영화 속에서는 끝내 그 떡볶이를 먹지 못하는 결말을 맞는다. 그래서 에필로그에서라도 먹게 해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훈’은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대학생이다 보니, 학교 앞에서 간단하고 가성비 있게 먹을 수 있는 컵밥을 골랐고, ‘기진’은 대충 사는 백수 캐릭터를 살려 컵라면과 콜라처럼 끼니를 때우는 느낌으로 선택했다. 빼빼 마른 ‘연진’은 편의점에서 버려지는 유통기한 지난 음식들을 챙기고, 집에서는 파인애플 통조림만 먹는 인물이다. ‘연진’을 생각했을 때 달동네 꼭대기에서 멍한 눈빛으로 세상을 내려다보며 유통기한이 지난 마른 빵을 씹는 이미지가 떠올랐고, 최적의 장소에서 해 질 녘에 촬영해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승진’은 학원 수업 시간 사이에, 용돈으로 햄버거를 사 먹는 모습이 떠올랐다. 평범한 중학생의 느낌을 주는 동시에, ‘승진’의 밝은 모습이 오히려 애틋한 감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며 각 인물들에 맞게 구성된 ‘혼밥 에필로그’의 비하인드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범식 감독은 ‘혼밥 에필로그’를 “<뉴 노멀>에서 열연을 펼쳐주신 배우분들의 커튼콜과도 같은 장면이다”라고 말하며 함께한 배우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덧붙였다.
출연진
정범식 감독
최지우 주연
이유미 주연
최민호 주연
피오 주연
하다인 주연
정동원 주연